자살현장 수습 경비원 트라우마 ‘산재’ 법원, 업체 손해배상 책임은 불인정

2021. 3. 5. 15:19업무관련/관리자료

아파트 입주민이 추락해 자살한 현장을 지난 2015년 2월경 목격한 경비원 A씨. 그는 당시 119와 경찰서에 신고했으며 사고현장을 박스 등으로 가리는 일을 맡았다.

A씨는 B사와 근로계약을 맺고 2014년 1월부터 24시간 격일제로 C아파트에서 근무하면서 차량 출차관리, 단지 내 순찰, 시설물 관리 등의 경비업무를 수행했다. 근무시간은 오전 7시부터 다음날 오전 7시까지로 식사시간은 점심과 저녁 각 1시간, 휴게시간은 야간 4시간.

문제는 자살현장을 수습한 때로부터 약 5개월 뒤인 2015년 7월경 발생했다. 출근 준비를 하던 A씨의 오른쪽 신체부분에 갑자기 마비증상이 온 것이다. 119 구급차를 이용해 병원에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나 A씨는 ‘뇌간의 뇌내출혈’ 진단을 받았고 우측 반신이 마비되고 감각이 50% 이하로 저하됐다.

A씨는 이로 인해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보상보험에 따른 급여를 신청했고 부산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2019년 4월경 업무상질병을 인정했다. 이에 따라 근로복지공단은 A씨에게 휴업급여 약 4,260만원, 요양급여 약 2,060만원, 장해급여 약 2,570만원 등 합계 약 8,860만원을 지급했다.

이후 A씨는 “입주민이 투신해 참혹했던 현장을 목격했고, 현장을 수습하면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이후 수면부족에 시달리고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등 정신적•육체적 스트레스가 가중됐다”며 “만 65세의 고령이었던 당시 주당 평균 업무시간이 63시간에 달하는 등 만성적인 과로 상태에서 질병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A씨는 “B사가 업무환경을 개선할 관리•감독의무를 부담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위반해 자신에게 질병이 발생했다”며 B사는 향후 치료비용과 위자료를 포함해 4,650만원을 손해배상금으로 지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하지만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판사 강현구)은 최근 A씨의 이 같은 청구를 기각했다.

구체적인 판단에 앞서 법원은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인 의무로서 근로자에 대한 보호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게 근로자가 입은 신체상 재해에 대해 민법상 불법행위책임을 지우기 위해서는 사용자에게 당해 근로로 인해 근로자의 신체상 재해가 발생할 수 있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회피를 위한 별다른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과실이 있음이 인정돼야 하고, 과실의 존재는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근로자에게 입증책임이 있다”고 관련법리를 전제했다.

이어 “이 사건에서 질병은 A씨가 갖고 있던 고혈압 등 기존 질환이 A씨의 음주 및 흡연습관 기타 평소 생활습관으로 인해 악화해 발생한 것”이라며 “B사가 A씨의 건강상태를 알고 있었음에도 A씨에게 과도한 근무를 강요함으로써 질병이 발생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우선 발병 직전 근무시간 등을 고려하면 A씨의 업무상 부담이 통상적인 업무상 부담에 비해 증가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A씨는 발병 전 1주 동안 3일(54시간) 근무했으며, 발병 전 4주 동안 1주 평균 63시간, 월평균 휴일은 14일이었고, 발병 전 12주 동안 1주 평균 63시간, 월평균 휴일은 14일이었다. 또 감시적 근로자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 휴게와 휴일에 관한 규정의 적용제외 승인을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B사는 정기안전보건교육을 통해 직원들을 대상으로 개인 건강관리를 철저히 하도록 강조했고, 심뇌혈관계 사고가 자주 일어나는 시기 등을 교육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법원은 특히 “부산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A씨에게 업무상질병을 인정하면서도 ‘특별히 인정할 만한 외상 후 스트레스성 장애는 확인되지 않으며, 24시간 교대근무 외에 예측 곤란한 업무, 휴일 부족, 정신적 긴장, 작업 환경적 유해요인 등의 업무부담 가중요인은 없다’고 판단했다”고 제시했다.

이로써 경비원 A씨의 청구는 이유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고, 이 판결은 A씨가 항소를 제기하지 않아 그대로 확정됐다.

출처 : 한국아파트신문(http://www.hapt.co.kr)